여름휴가철 계곡이나 수영장, 바닷가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난 후 귀에 물이 들어가 먹먹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지만, 귀가 계속 답답하다는 이유로 면봉이나 손가락을 이용해 귀 안쪽을 무리하게 파내다가 결국 통증을 느끼며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매년 여름마다 급증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 수영장을 다녀온 뒤 귀가 먹먹해 면봉으로 세게 팠다가 며칠 동안 귀가 욱신거려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물놀이 후 귀에 들어간 물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과, 왜 귀를 함부로 파면 외이도염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학적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생기는 변화
우리의 귓구멍부터 고막까지 이어지는 약 2.5cm에서 3.5c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외이도'라고 부릅니다. 이 외이도는 평소에 건조하고 약간 산성을 띠고 있어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지 못하는 방어벽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물놀이를 하면서 외이도에 물이 장시간 고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피부가 대중탕에 오래 있으면 흐물흐물해지듯, 외이도의 약한 피부 점막도 물에 불어 나약해집니다.
이때 고온다습한 여름철 날씨가 더해지면 귀 안쪽은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따뜻하고 습한 '천연 배양기'로 변하게 됩니다. 귀가 먹먹한 느낌은 물이 고막 앞을 막아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이를 잘못 대처하면 심각한 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면봉 사용이 귀 건강을 망치는 과정
많은 사람이 귀에 물이 차면 가장 먼저 면봉을 찾습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솜이 물기를 싹 흡수해 줄 것 같지만, 이 행동은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입니다.
첫째, 상처를 유발합니다.
물에 불어 부드러워진 외이도 피부는 아주 작은 마찰에도 쉽게 벗겨집니다. 면봉으로 귀벽을 긁는 순간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기고, 그 틈으로 수영장이나 계곡물 속에 있던 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이 침투합니다.
둘째, 귀지를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귀지는 지저분한 노폐물이 아니라 귀 내부를 보호하는 보호막입니다. 면봉을 깊숙이 넣으면 겉에 있던 귀지가 오히려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고막 근처에 쌓이게 되고, 이것이 물과 섞여 퉁퉁 불어버리면 귀 먹먹함이 며칠 동안 지속되는 원인이 됩니다.
3. 안전하게 귀에서 물 빼는 3단계 방법
그렇다면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면봉을 쓰지 않고 어떻게 안전하게 빼낼 수 있을까요?
이비인후과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안전한 물리적 배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력 이용하기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고개를 옆으로 기울입니다.
그 상태에서 제자리뛰기를 가볍게 5회에서 10회 정도 하거나, 귀를 아래로 한 채 누워 있으면 중력에 의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귓바퀴를 위아래 및 뒤쪽으로 가볍게 잡아당기면서 움직여주면 외이도가 일직선으로 펴지면서 물이 더 잘 빠집니다.
자연 증발 유도하기
흘러나오지 않고 깊은 곳에 남은 미세한 수분은 바람으로 말려야 합니다.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찬 바람' 또는 '미풍'으로 설정하고, 귀에서 최소 30cm 이상 거리를 둔 상태에서 완만하게 바람을 불어넣어 줍니다.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 귀를 말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흡수 유도하기
정 답답하다면 귀 입구 주변의 물기만 깨끗한 수건이나 손수건 모서리로 살짝 찍어내듯 닦아줍니다.
귓구멍 안쪽으로 무언가를 밀어 넣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입구에 고인 물만 겉에서 흡수시킨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안전합니다.
4.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한 위험 신호
만약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염증이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귓바퀴를 살짝 뒤로 당기거나 귓구멍 앞쪽의 튀어나온 연골을 누를 때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경우
⏺귀 내부가 심하게 가렵고 진물이나 노란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경우
⏺귀 먹먹함과 동시에 청력이 평소보다 떨어진 느낌이 2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수상스키나 다이빙 등 수압이 강한 레저를 즐긴 후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과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외상성 고막 천공 의심)
여름철 외이도염은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 질환으로 변하거나 중이염으로 번져 치료 기간이 몇 주 이상 길어질 수 있습니다. 통증을 참거나 집에 있는 정체 모를 연고를 귀 안에 바르는 행동은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항생제 이어드롭(귀에 넣는 물약)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핵심 요약]
⏺물놀이 후 귀 먹먹함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오랫동안 방치하면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습니다.
⏺물에 불어난 외이도 점막을 면봉으로 후비면 쉽게 상처가 나며, 이는 급성 외이도염의 직행열차가 됩니다.
⏺물을 뺄 때는 고개를 옆으로 숙여 중력을 이용하거나, 헤어드라이어의 찬 바람으로 멀리서 말려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무더운 여름철, 출퇴근길이나 운동 중에 땀을 흘리며 커널형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할 때 귀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귓속 곰팡이증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질문]
여러분은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보통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시나요?
자신만의 안전한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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