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철, 퇴근 후 냉장고에서 갓 꺼낸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거나 얼음이 가득 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실 때의 짜릿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순식간에 식는 기분이 들죠.
하지만 이렇게 찬 음료나 자극적인 야식을 즐긴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목 안쪽에 뭔가가 꽉 걸린 듯한 찝찝한 이물감을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가래가 낀 것 같아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어 보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침을 삼킬 때마다 목안에 모래알이나 솜뭉치가 들어있는 것처럼 답답함이 계속됩니다.
처음에는 '에어컨 때문에 목감기가 오려나보다' 생각하고 감기약을 사 먹기도 하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이 답답한 증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매년 여름만 되면 이 정체 모를 '목 이물감'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목을 자꾸 가다듬다 보니 목소리도 쉽게 잠기고 기침이 끊이지 않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범인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아니라, 더위를 식히려고 무심코 반복했던 저의 여름철 식습관이 만들어낸 '인후두 역류증'이었습니다.
오늘은 여름에 유독 이 질환이 잘 생기는 이유와 일상에서 목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인후두 역류증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거쳐 위장으로 내려갑니다.
위장에서는 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아주 강한 산성 성분인 '위산'을 분비하는데요.
원래 식도와 위 사이에는 위산과 음식물이 거꾸로 솟구치지 못하도록 꽉 조여주는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밸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이 조임근 밸브가 느슨해지면, 위산과 위 속 내용물이 거꾸로 타고 올라와 식도를 지나 목구멍(인후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인후두는 식도와 달리 위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점막 방어벽이 매우 취약합니다.
때문에 아주 소량의 위산만 닿아도 점막이 쉽게 붓고 염증이 생기며, 이로 인해 목이 붓고 무언가 걸린 듯한 강한 이물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후두 역류증'의 정체입니다.
2. 왜 유독 여름에 목 이물감이 심해질까?
사계절 중 왜 하필 여름에 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질까요?
우리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위장과 식도의 조임근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1) 찬 음료와 다량의 카페인, 탄산
여름에 입을 달고 사는 아이스 커피의 카페인과 탄산음료의 강한 가스는 위식도 조임근을 강제로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또한, 차가운 음료가 갑자기 위장에 들어가면 위장 평활근이 일시적으로 수축하면서 소화 불량을 유발하고, 위 내부 압력을 높여 위산이 위로 역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2) 길어진 여름밤과 야식 (치맥의 유혹)
해가 길어지는 여름철에는 유독 늦은 밤 야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시원한 맥주에 기름진 치킨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곧바로 누워 잠드는 습관은 인후두 역류증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음식물이 위에 가득 찬 상태에서 누우면 중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위산이 목구멍까지 아주 쉽게 역류하게 됩니다.
3) 수분 부족과 위산 농축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면 침 분비량이 줄어듭니다.
침은 역류한 위산을 씻어내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구강과 목안이 건조해지면 역류한 미량의 위산에도 목 점막이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4) 감기와 구별하는 자가 체크리스트
나의 목 이물감이 단순 여름 감기인지, 위산 역류로 인한 증상인지 헷갈린다면 아래 항목을 체크해 보세요.
👉 목이 칼칼하고 이물감이 있지만 38도 이상의 고열이나 전신 몸살 기운은 전혀 없다.
👉 기침이 나오는데 가래가 끓는 기침이 아니라,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마른기침이 주로 나온다.
👉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텁텁하고 목소리가 심하게 잠겼다가, 오후가 되면서 조금씩 풀린다.
👉 밥을 먹고 난 뒤나 누워있을 때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더 심해진다.
👉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 부위가 타는 듯한 통증(명치 통증)이 간혹 동반된다.
만약 감기약이나 소염제를 일주일 이상 복용했는데도 목 이물감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위 증상들에 해당한다면, 목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비인후과나 내과에서 역류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3. 지긋지긋한 목 이물감을 줄이는 실천 요령
인후두 역류증은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쉽게 재발하는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일상에서 다음 3가지만 철저히 지켜도 목이 몰라보게 편안해집니다.
1) '식후 3시간' 눕지 않는 법칙
음식을 먹은 뒤 위장이 비워지기까지 최소 3시간이 걸립니다.
낮이든 밤이든 음식을 섭취했다면 최소한 3시간 동안은 눕지 않고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합니다.
야식을 먹어야 한다면 가볍게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먹고, 소화가 충분히 된 후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잠잘 때 베개를 평소보다 10~15cm 정도 약간 높게 베는 것도 역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2) 미지근한 물 자주 마시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목 점막에 또 다른 자극을 줍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을 한두 모금씩 자주 마셔주어 식도에 남아있는 위산을 씻어내고 목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수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위식도 조임근을 약하게 하는 음식 줄이기
커피(디카페인 포함), 녹차,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와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초콜릿, 오렌지나 레몬처럼 산도가 높은 과일, 기름진 튀김류는 위식도 조임근을 자극하므로 목 증상이 심할 때는 당분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안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의식적으로 "흠흠!" 소리를 내며 목을 강하게 가다듬는 행동은 부어있는 후두 점막에 아주 강한 마찰을 주어 염증을 악화시킵니다.
목이 답답할 때는 침을 삼키거나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목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핵심 요약]
👉 여름철 아이스 커피, 찬 탄산음료, 기름진 야식(치맥 등)은 위산 역류를 막아주는 식도 조임근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 열이나 몸살 기운 없이 목에 먼지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지속되고 아침에 목소리가 잘 쉰다면 '인후두 역류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 식후 최소 3시간 동안은 눕지 않아야 하며, 목 답답함이 느껴질 때는 목을 세게 가다듬기보다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여름 휴가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 이착륙 시 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꽉 막히는 먹먹함이 지속되는 '항공중이염'의 원인과 승무원들이 애용하는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질문]
여름철 늦은 밤 자주 드시는 최애 야식은 무엇인가요?
평소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답답하거나 목소리가 잠겼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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